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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 이재룡 옮김
민음사



틀의 해체. 정답이 없는 상태. 키치에 대한 거부. 그리고 그 모든 것에대한 긍정, 또 부정......

저자는 등장인물을 통해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어떤 답을 들을 수 있을까? 항상 그랬듯이 나는 답을 찾고자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아마 (저명한 작가의 결론이므로) 그 생각을 될 수 있으면 받아들여 내 생각으로 만들고, 멋지게 인용하여 "삶"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는지 마지막 한 문장을 읽을 때까지 내 머리속에는 물음표가 떠나가지 않았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내가 구하고자 했던, 저자가 알려주리라 생각했던 답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저자는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하여 이야기 할 뿐, 답을 내려고 하지 않는 듯 했다. 어쩌면 답을 거부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등장인물의 삶에는 가벼움과 무거움이 혼재되어있다. 매 순간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살고 있지만, 그리고 많은 시간을 둘 중 하나의 단어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짧은 순간 자신의 삶이 다른 하나의 단어와도 연관지어져 있음을 느낀다. 그들은 힘들어하거나 고뇌하며, 무언가 결론이 난 것 처럼 마음을 움직이지만, 어떠한 결론도 영원 불변의 진리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 개인에게도......자기 자신에게도 "답"이 되지 못한다.

어떠한 존재도 무거움/가벼움과 같이 짧은 단어로 이야기 될 수는 없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저자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이겨낼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중에서 하나의 답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50%의 확률을 가진 동전 던지기 처럼 우연으로부터 얻어진 결과임과 동시에,
두 가지의 존재에 대한 정의 중에서 정해졌다는 필연의 결과라는 것을,
또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보이는 제목 넘어의 다른 것을 보아야 하고 볼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며,
어떠한 제목도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찌보면 책의 제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존재에 대한 확고 부동한 동의"를 전제로 하는, 때문에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것을 배제하려는" 키치에 대한 거부라 할 수 있겠다.

국어시간에 배운 어떤 시점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등장하지 않는 '나'의 전지전능한 시점을 통한 서술이나,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음은 물론,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알려주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서술 형식 또한 "정답", "정형"을 벗어나려는 저자의 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키치'와 같은 것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또 인정한다. '존재와 망각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정의되며, 그것이 '키치'라고......

이처럼 키치를 거부하고 싶으나 거부할 수 없는, 또는 반대로 키치에게 거부당하는 것이 존재이며, 가볍고 싶으나 무겁고, 무겁고 싶으나 가벼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존재라는 것이다.

찾고 싶었던 답을 찾을수는 없었지만, 주제, 제목, 시점, 형식이 '있고 또 없음'으로 통일되는 멋진 소설을 무사히(?) 끝까지 읽게 되어 기분이 좋다.



주제와 관계없이, 책에서 얻은(?) 몇 구절......
p.54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p.338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는 다른 무엇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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