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영화 :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배우 : 클린트 이스트우드, 크리스토퍼 칼리, 비 방, 아니 허
상영정보 : 2009년 3월 19일 개봉

2009년 3월 13일 20시 서울극장
w/ HY

(이 글은 영화의 내용, 특히 결말에 대한 암시를 담고 있습니다. 임산부나 노약자가 아니라 욕쟁이나 소심한 자는 읽기를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보고 보시거나......)


1. 뜻밖의 웃음
내용을 알고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국전에 참전했던 주인공'이라는 것만 알 들어간 극장.
심지어 이스트우드가 그렇게까지 늙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들어섰는데......
'답답함'을 연출한 출발에 평이로운 영화이겠거니 했는데, 뜻밖에 터져나오는 웃음 코드는 "이거 완전 코미디 영화보다 더 재밌어!"를 연발하게 했다.
극장에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듯이 웃고 있었다.
유쾌한 내용.

2. 어두움의 그림자
그렇겠지. 초반에 갱이 나왔으니 결국 그들이 어두움을 드리워 주겠지.
나쁜 녀석들......보기 싫은 녀석들......
내 그럴 줄 알았어......
전형적인 어두움의 그림자 였다.

3. 전형 속에서 느끼는 색다른 충격
예상했더라도, 예상했지만, 감동 할 수 밖에 없었던 결과.
전형 속에서 느끼는 색다른 충격은 모순적이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그러했다.
한 사람의 고뇌를 담고 있는 그 장면, 한 사람이 선택한 궁극의 해결책.
전율하고 또 전율한다.

4. 자신만의 방식으로 드리는 고해성사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해성사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
풋내기 신부에게 털어 놓은 거라고는 오랜 옛날의 정분 따위(?)였다.
물론 그 역시 주인공의 말처럼 평생을 괴롭히는 하나였지만,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속죄였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상처받은 잘못에 대해 속죄하려 한다.
그들과 같은 어린 아이를 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어린 아이와 같은 그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대하며,
자신은 속죄를 하고, 그들에게도 죄 값을 치룰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나약하고 자책하는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고, 어리석어 보이는 만큼 현명한 그의 궁극적 해결책이었다.
어리석은 그에게 가슴을 파고드는 차갑고도 뜨거운 금속은 상처준 자신에게 내리는 처벌 내지는 어리석은 복수에 대한 용인이었고,
현명한 그에게 가슴을 파고드는 그것은 남아있던 짧은 삶을 희생하여 성급했던 자신의 행동을 속죄하고자 하고 또 친구의 복수를 대신하고자 하는 자의 거룩한, 아니 용감한 자해(?)와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 그들은 적이며 사도였다. 과거 한국전에서 마주했던 어린 아이와 같은 적이었고, 또 그렇기에 자신의 속죄를 도와줄 사도이기도 했다. 친구를 괴롭히고 자신을 못살게 굴던 적이었고, 친구의 복수를 대신해줄 성급함과 두려움을 품고 있는, 떨리는 손을 가지고 있는 사도였다.

그런 그는, 그렇게 바닥에 등을 대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5. 죽음을 가져오며, 죽음을 얻어오며
삶과 죽음. 누구나 고민하는 그것. 종교가 있고 또 유지되게 하는 그것.
신부가 끊임없이 토론 주제로 삼고자 했던 그것.
신부의 고백과 같이 죽음을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죽음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죽음을 가슴에 품고 있는 그와 같은 사람은 삶을 잊거나 어색해 하고, 어느 정도 경멸하는 지도 모른다.
회의적이 되거나 비판적이 되고, 날카로워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알았고, 또 죽음을 가져다 주기도 했었다.
죽음을 가져오며, 죽음을 얻어오며 끝내는 그의 삶은, 그가 죽음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6. 그랜 토리노
가진 것 중 가장 가치 있어 보이는 그것. 많은 이들이 상징적으로 바로보던 그것.
그랜 토리노.
한 대의 classic한 승용차일 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을 담고 있었던 그것.
그의 유일한 positive part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유물.
적을 만들고, 친구를 만들게 해 주었던, 청소를 요구하여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은근히 비추어 줄 수 있었던 매개체였던 반짝이던 자동차.
이스트우드의 목소리와 함께 애완견을 태운 그 차는 친구의 표정 속에서 안락하게 주행 한다.
이어지는 비 방의 목소리는 친구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는 듯 하기까지 하다.
따뜻하고 감동적이고, 또 아름다운 그랜 토리노의 마지막.

0. 우연한 기회를 준 HY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조바심' 가득한 생활을 하던 나는 (맘속으로) 머뭇거리며 약속에 응했다.
처음 듣는 제목에 정보라고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나였고......
'그래, 한번 보자.'라는 마음이었는데......
난 이제 와서 감사하는 어리석은 친구가 되었다.
고마워.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