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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씨 해임 문제와 관련하여 논란이 많습니다. 저도 어제 세상이 정말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한탄의 쪽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와 관련된 기사에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눈물 흘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6개월 정도 그렇게 마음 놓고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급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터라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울고 싶어 슬픈 영화만 찾아가며 보기도 했습니다. 극장을 잘 찾지도 않았던 제가 감동받아 눈물 흘려 보겠다며 어지간히도 극장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갈구하던 눈물은 속시원히 나와주지 않았습니다.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삭막한 연구실, 프로그램을 돌리느라 지쳐버린 나의 노트북으로 건조하게 인터넷 신문 기사를 클릭하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손이간 기사는 '김미화가 좌파? 남의 슬픔 아파했을 뿐인데' 였습니다. "이젠 좌/우 가르지 말았으면...."하는 생각을 하며 기사를 클릭 하였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그동안 그렇게나 찾아 헤매었던 눈물이 차분하고 절제된 글을 읽으며 북받혀 올랐습니다.

"첫 방송 날, 김미화씨는 방송경력 20여년이 무색하게 마이크 앞에서 덜덜덜 떨고 있었다.  인사말을 할 때도, 날씨 전해주는 리포터를 부를 때도 그는 몇 번이나 틀리고 다시 읽고를 반복하더니, 1부 방송을 끝내기 무섭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의 마음을 감히 추측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 처럼, 저는 저 대목에서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 조차도 당황스럽게 할 정도의 눈물을 흘리며 나는 그의 부담을, 그의 남모를 고민을 느껴보고자 했습니다.

진실성의 가득한 그의 모습은 꽁트를 하고 스랩스틱 코미디로 바닥을 뒹굴어도, 사람을 빠져들게 하고 비웃을 수 없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초창기 시절을 회상해 보아도, 또 먼 길을 거슬러 우수꽝 스러운 눈썹을 붙이고 "음메 기살어"를 외치던 80년대의 모습을 떠올려 보아도 진실성이 가득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 비웃음을 줄 수 없는 몇 안되는 코미디언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의 진실성과 노력에 대한 "저의 어줍잖은 공감"이 눈물의 시작을 알렸다면, 눈물을 지속케 했던 것은 "그의 공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진가는 그 다음부터 나타났다. 이라크에 다녀온 이진숙 기자가 출현했는데, 10살 짜리 딸을 둔 김미화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8살짜리 어린 딸을 두고 전쟁터에 다녀온 이진숙 기자의 손을 잡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김미화는 참 독특한 사람이다.  비행기 이착륙을 금지시키고 출근시간까지 늦추는 수학능력 시험 날엔 여상을 졸업하고는 대학 대신에 조그만 여행사에서 경리를 봤던 자기 얘기를 하면서, 오늘 같은 날 시험보지 않는 자기 같은 고 3학생들도 한 번 생각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복지 예산 축소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제작진들이 이런 저런 정치, 경제 논리 속에서 분석을 하고 있으면, 김미화씨는 폐질환을 앓다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와 어린 시절 길음 시장에서 본 거지 아이 얘기, 급식으로 나왔던 옥수수 빵 얘기를 해주며 그 예산이 줄어들면 가난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자분자분 설명했다."

진행자로서 게스트를 맞이 할 때에도, 홍보 대사로서 구성원들을 맞대할 때에도 그는 그러한 타이틀에 억매이지 않고 눈 높이를 맞추려 노력했다 합니다. 저는 감히 감동적이라 표현 합니다. 누구에게서 저러한 공감을 찾아 볼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용기, 자신이 자신이 아닐 수 있는 용기, 내가 아닌 누군가의 마음 속에 들어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용기를 누구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오직 자신의 이야기만을,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이 사회의 "혹자"들을 보며 느꼈던 구역질을, 또 나 자신의 위선과 유치한 머리 지식 놀음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던 저에게 그의 모습은 존경과 감동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이야기 합니다. 누구나 그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이러한 진실성과 가슴으로 함께하는 공감의 자세라는 것을......
안정성 안에서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권력에 가까운 오른쪽 분들이든, 바꾸고 또 바꾸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왼쪽에 앉아계신 분들 모두...... 국민들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치시려는 듯이 넥타이가 풀어지고 머리가 헝클어져도 몸싸움을 감행하며 국회를 뛰어다니는 존경하올 국민의 심부름꾼 의원님들이든, 이것은 이러하고 저것은 저러하니 이러해서 저러하듯 이러하고 저러하라며 논리의 끝장을 보여주시는 저명한 지식인 분들 모두 그에게서 배울 점은 바로 저러한 부분들입니다.

혹자는 당신을 좌파라 하고, 혹자는 당신을 진보라 합니다. 혹자는 당신이 어딜 봐서 좌파냐고 하고, 혹자는 당신이 어딜 봐서 지식인이냐고 비난합니다. 무엇이 당신을 정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져 당신은 당신이 선 자리에 그렇게 그렇게 서 있는 것입니다. 홀로, 고독하게, 그렇게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손을 내밀고 눈을 돌리고 몸을 낮추고 고개를 들어올리며 세상과 함께 이 땅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진정한 人間인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릴 만큼 당신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진심으로 생활하시는 당신, 공감을 다하시는 당신은, 진정한 웃음의 눈물을 선물해 주신 당신은, 구질구질한 정치꾼도, 뻔지르르한 지성인도 아닌, 진정으로 위대한 최고의 코미디언입니다. 감히 당신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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