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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의 '길 위의 집'

Athos 2006. 8. 9. 00:00

길 위의 집

이혜경 지음 / 민음사 펴냄

1995년 작품


생소함.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소개 없이 다짜고짜 치고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처음에는 꽤나 생소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넘나드는 시점(視點).

한 줄도 띄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혼란스럽기까지 하였다.


가족 이야기.

사실 아주 행복한 가족에 소속되어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가슴 아픈 가족 이야기에 동감한다는 말을 하기가 부끄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천연덕스러운 나의 감수성은 어머니 "윤씨"의 드러나지 않는 아픔에서 눈물을 쏟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자신의 아픔을 가족에게 내비치는 사람들. 때로는 암묵적인, 때로는 직접적인 폭력으로 가족에게 기대는 그들에게 까닭모를 미안함을 느끼는 것은 사회에 대한 치졸한 나의 의무감 때문일 것이다.


전형적임.

전형적인 70~80년대 가족이야기라는...

나 개인의 눈으로 확인한 바는 없으나 주변에서 많이 들어온 그 전형적임을 이 책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눈에 띄는 남성들.

증오의 대상인 아버지를 닮는 아들, 억압의 주체였던 아버지를 억압하는 아들, 방관의 대상인 가족, 그 중에서도 가장 달라 보였던 형의 외형을 그대로 닮는 동생, 그리고 보이지 않게, 필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잊혀질 만큼 보이지 않게 살다가 돈의 차가움에서 가족의 따뜻함으로 눈을 돌리려는 나약한 아들.

그리고 가장 큰 존재인, 존재였던 아버지.

희생과 희생을 거듭하는 피해자의 피해자인 여성들의 아픔은 그 뒤에 감추어져 있기만 하다가 어느 한 순간 폭팔하고 만다.


"너, 너, 너.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이 개새끼들아!"

시간상 가장 마지막이지만 책의 구성상 가장 앞 장(章)의 마지막 이 한 줄의 외침.

뒷 내용을 읽기 전에는, 이 가족의 아픔을 알기 전에는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 이 외침이, 마지막 장을 읽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안타까움, 가슴아픔, 미안함, 연민 따위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동감 보다는 제 3자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는 나의 한계가 아닌가 한다.


'사랑이 어느 굽이를 지나면 관성으로 이어지듯이, 미움에도 관성이 붙는 법이니까.'

가족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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