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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홀리데이

Athos 2006. 2. 16. 02:38
제목 :  홀리데이 (Holiday, 2005)    

감독 :  양윤호

출연 :  이성재, 최민수, 장세진, 이얼, 조안

기타 :  2006-01-19 개봉 / 120분 / 범죄,드라마 / 18세 관람가



어릴 때 이 영화와 같은 내용의 단편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든 생각은...
'이런 일이 있을 수가....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다. 근데, 인질이 인질범을 좋아하는건 좀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한데...'

정말 그랬을까.....
사실에 가려진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렇게 쉽게 진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는 또 영화를 보며 나름의 진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결말을 알기에 침울한 마음으로 이성재와 최민수의 멋드러진 연기에도, 등장인물이 가끔 날려주는 개그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영화에 몰입했던 것 같다.

소리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비민주적 자본주의(?)에서나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다.
money=power인 사회가 또 있겠는가.

그들을 영웅이나 민주투사로 치켜세우고 싶지는 않다. 사회주의자나 아나키스트는 더더욱 아니다. 무슨 '주의'나 이념 따위가 그들을 이끌지는 않았다.

그들은 친지를 죽인자에 대한 분노, 자신을 이용한/속인 자에 대한 분노, 연인을 빼앗기게 한자에 대한 분노, 부당한 대우를 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에 이끌려 움직인다.

"나도 돈이 있었으면 당신들처럼 살았을거야."
주인공이 던진 이 말에서 그들의 한계를 찾으려 하는 것은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돈이 있었다면 그들도 똑같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특히, 방장의 경우 애초의 계획처럼 특사로 나가게 되었다면 그 누구보다 자본의 힘을 신뢰하고 맹종하는 비민주적 자본주의의 시녀가 되지 않았을까?

결국 체제의 배타성이 그들을 Anti로 만들었고, 이는 체제의 특성상 피할 수 없는 일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했다는 것은 아니다. 체제의 자기반성과 발전은 이론의 여지 없이 긍정적인 것이다. 완벽한 체제가 있을 수 없고 항상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하여 더 그러하다. 하지만 그 체제는 이러한 역량을 이미 잃어버렸던지도 모르겠다. 그래야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거나, 그러려고 했던지도......

탈주극을 벌인 '그들'은 민주화나 자본주의의 한계 극복을 바라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자유"를 원했던, 방법론에 대한 고민 없이 자신과 집단의 자유를 요구했던 이들이었을지도 모른다. 민주화 투쟁을 했었다는(?) (현재의) 극우 자유주의 세력과 같이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행위나 요구가 가치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해봐도 뭔가 잘못됐어. 이건 말이 안돼."

막연히 느끼는 사회/체제의 모순을 소리쳐보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은, 다분히 폭력적이고 히스테리적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가치있는 지렁이의 "꿈틀"이었다.

한계를 지닌 자들이었고, 그들도 똑같아 질 수 있었으며, 죽지 않고 탈출했다면, 그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달성 했다면, 그 새로운 사회에서 또 다른 권력층을 형성하고 올챙이들을 괴롭혔을지도 모르지만, 그에 대한 비판을 선두에 세워 그들의 요구와 문제의식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자.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가......
무엇이 그들을, 또 다른 이들을, 그 사회를 그렇게 이끌어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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