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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펴냄

2003-09-23

<사랑으로 가득 찬 스승>

어린 시절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밤잠을 설쳤다. 누군가가 나의 목숨을 노리는 것도 아니었으며, 몸이 좋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것도 아니었다. 서서희 죽어간다는 것을 몸소 느끼지 못할 때였다. 10살의 어린 아이에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 것은 그 조그마한 머리에서 나온 사고에 불과하였다.

잠을 편히 잔 적이 없을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 했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 나와 울기도 하고, 이불 속에서 벌벌 떨기도 하였다. 아픔과 슬픔과 같은 부적인 것들을 잊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또 다른 부적인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라고 느꼈다. 죽음이 두려울 때면 끝 없는 우주를 생각하고, 끝 없는 우주가 두려울 때면 죽음을 생각했다. 하지만 두려움은 끝이 없었다.

얼마나 어리석었던지 이제야 깨달았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인 것을 깨닫는다면, 죽음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파도가 바다의 일부임을 깨닫고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아니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 두려움에 떨지 않듯이,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다면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다.

정말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을때 까지의 의미 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모리가 죽음을 태연하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자신의 처지를 슬피 여기고, 때로는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는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성공한다. 비록 태연하게는 아니었지만,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창밖으로 나뭇잎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꼈고,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였고, 사람들과 사회에 대하여 또 자신이 죽어가는 느낌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무엇보다 그를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한 것은 마지막까지 스승이고 싶어하는 그의 모습이었다.
이는 누구 위에 자신을 군림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자신이 가진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그와 미치의 마지막 논문은 성공적이었다. 사람들에 인생의 의미를, 죽음에 대한 감상법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쳤으므로...

사랑이 충만하였기에, 그의 논문은 성공할 수 있었다. 그의 삶은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 사랑은 작게는 논문의 성공을 가져왔으며 크게는 그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뜻대로 마지막까지 스승으로 남았다. 그리고 영원히 우리의 스승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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