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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Athos 2009. 2. 16. 21:08
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다큐멘터리 | 2009.01.15 | 78분 | 한국
감독: 이충렬
출연: 최원균, 이삼순, 최노인의 소



0. 슬픔을 찾아 나서다.
친구와 눈물을 흘리고 싶다는 마음에 공감하여 보기로 한 영화였다. 독립영화를 좋아했고, 또 눈물을 좋아하는 나에게 잘 맞는 영화이리라 생각했다.

1. 뜻하지 않은 재미있는 멤버 구성
라미와 둘이 기획한 모임이었는데, 건너, 건너, 건너, 건너 알게된 워니님과 양고가 함께하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구성이었지만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는 구성이었다. 조금은 어색한 우리 분위기에 하염 없는 "눈물"은 조금 더 어색함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2. 고향이다......
몰랐다. 배경이 경북 봉화인지 몰랐다. 내 고향은 경북 청송. 학창시절은 경북 안동에서 보냈다. 그런만큼 봉화는 아주 가까운 동네였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투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투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재미있게도 "한국"영화에 "자막"이 삽입되어 있었지만, 다른 소리 때문에 대화가 들리지 않았던 부분을 제외하면, 나는 자막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나는 원어민.

3. 의외의 익살
슬픔이 가득하리라 예상한 영화였지만, 의외로 익살을 먼저 찾아볼 수 있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할머니의 말 속에서, 소를 질투하는 듯한,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듯한 눈초리에서......사람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나보다. 여느 "코믹"물 보다 훨씬 더 시원한 웃음을 들을 수 있었던 순간.

4. 담백함. 담백한 슬픔.
평소에 울음이 워낙 많은 나. 우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나. 너무 울지 않을까 하여 휴대용 화장지를 두개나 손에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느꼈던 슬픔은 담백한(?)것이었다. 울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아니면 커다란 슬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일까? 여튼 나는 담백한 슬픔을 느꼈을 뿐, 크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5. 꾸밈없는 매력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눈물을 쥐어 짜지 않는 그것, 자연스러움 속에 묻어두는 그것. 할아버지, 할머니가 소를 잡고 엉엉 우는 모습을 보였다거나, 서울말을 쓰는 고운 목소리의 성우가 감동적인 나레이션을 읊어 내려갔다면, 더 많은 눈물을 짜낼 수 있었을 지는 모르지만, 이만큼 담백하고 아름답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억지로 분량을 늘리지도 않은 듯했고, 억지로 화면을 구성하지도 않은 듯 했다. 그저 그대로의 모습. 그 매력에 빠져드는 느낌.

6. 사랑. 그것은 부름에 눈을 뜨는 것.
딸랑딸랑. 워낭소리가 들려온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나지막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던 할아버지가 살며시 눈을 뜬다. 답하듯이......

사랑은 이런 것이 아닐까? 작은 부름에 응답하는 것. 작은 소리에 돌아보는 것. 사랑하는 존재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

7. 들려온다.
"소 파소~!" 걱정하는 할머니의 목소리...
"눈 떠보이 집이라~!" 자랑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
"딸랑딸랑~" 워낭소리...
들려온다.
이 영화는 들려오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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