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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를 기억하시겠지요? 당신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 역시도 행복했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했었습니다.

당신을 선택하고 당당했습니다. 당신께 드린 그 한 표가 승리로 이어졌을 때는 정말 기뻐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죄송스럽기까지 합니다.

너무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으셨기에, 너무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이들의 지지를 받으셨기에, 집권 기간 동안 욕 먹는 것이 일이었던 당신. 하지만 그런 당신의 모습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초등학생도 욕할 수 있는 자리로, 권위를 버리고 함께 설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 준 당신이기에, 바보 노무현 당신의 그 이름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저 역시도 고집이 있는 사람이기에 비판을 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할 때에도 '개인적인 믿음'은 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수도 없이 '노무현 자신의 뜻이 아닐 거야......'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또 다른 이들에게 하곤 했습니다. 이제 제가 너무 많은 길을 떨어져 나와 정치적 입장에서 당신과 하나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을지 의심이 들기까지 하지만, 당신의 가슴속 한 켠에는 보이는 것 보다, 보였던 것 보다 더 멋진 감수성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신은 나에게 많은 부분 상징적인 정치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에게 처음으로 믿음을 준 정치인이기에 그 믿음을 버릴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적인 믿음은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후회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를 찍을 것이다.'라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이끈 정부의 모습을 보며 "어찌 이럴 수 있는가"하며 원망한 적도 있지만, 후회 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죄송스럽기까지 합니다.

그 자리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묻을 대로 때묻은 그 자리가, 이미 "신성함"이나 "순수함"과는 너무나 멀어져 있었던 그 자리가, 피로 물들고, 권위로 더렵혀지고, 돈으로 꾸며져 있는 그 자리가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는 지도 모릅니다. 권력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옆 사람과의 싸움에도 눈치를 보는 일이 없고, 온갖 시기와 불신의 눈 앞에서도 당당하고, 어려운 길을 스스로 찾아 다녔던 당신에게 그러한 자리는 어울리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죄송스럽기까지 합니다.

어찌 이렇게 가십니까......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 묻다가도 당신을 아프게 한 사람이 나였다는, 우리였다는 생각이 들면 죄송스럽고 또 죄송스럽습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흐느낌을 어찌할 길이 없네요. 당신 뜻이 아닌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으니 또 죄송합니다.

우리 가진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 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어떠세요.....그 곳은 평안하신지요...... 부디...... 그곳에서만이라도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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