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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Athos 2004. 9. 8. 00:00
제목 :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 ナウシカ / Nausicaa Of The Valley Of Wind)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Kazuo Komatsubara

기타 :  2000-12-30 개봉 / 116분 / 판타지,애니메이션,가족,모험




일본은 자연 재해가 많고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예로부터 사람들이 다양한 신을 많이 섬기고, 그것을 자연과 연관시키려 하였던 것 같다.
이 영화의 놀라운 상상력도 그러한 특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된다.

범신론이라 해도 될지......
영화에서의 자연은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 능산적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의 파괴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인간을 포함한) 자연, 즉 자신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호기재(부해)를 설치하고 끊임없이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존재가 바로 ‘나우시카’의 자연인 것이다.

하지만 결점이 없는 완벽한 존재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는 인간에 의해 파괴를 당하기도 하고,
그 분노를 표출하여 인간에게 벌을 내리기도 한다.

끊임없이 사랑을 주는 존재이지만 무조건적인 사랑과 자비를 베풀지는 않는다.
인간 세계를 파괴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파괴 당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 영화에 절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우시카의 “오무”와 모노노케 히메의 “시시가미(사슴신)”
이들 역시 비교적 절대자로 보일 수 있으나 자연의 일부, 자연을 이루는 하나의 개체일 뿐이고,
자연을 만들어 내는 절대적인 존재라기 보다는 자연을 보호하려는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공 나우시카는 어떠한 존재인가?

영화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이 자신의 일부(인간)에 의해 파괴당하고, 때문에 방어적으로 자신의 일부를 다시 파괴하는 비극을 보여준다.
스스로 생산하고 존재하는 자연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비극인 것이다.
나우시카는 이러한 자연의 분쟁(?)을 막으려는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누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자연, 그 사이를 연결해 주는 존재인 것이다.
나우시카는 자연이며 또한 인간이다.
물론 모든 인간이 그러하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주체가 바로 나우시카인 것이다.
그는 자연과 항상 함께하려 하고 그 안에서 행복해 한다.
자연을 이해하려 하고 받아들이려 하며, 어떻게 해야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어떠한 진리를 배우고 받아들여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저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그것을 즐기는,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배워, 말 그대로 자연을 자연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알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그는 자연을 알기에 두려움도 없고, 포기도 없다.
자신을 자연과 동화시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자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이기는 이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나우시카의 중재로 자연의 모든 개체는 다시 공생의 관계로 돌아간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자연이 그대로 있기를 바란다.
그 안의 많은 개체가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는 정도를 넘어 인간 세계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같은 개체와도 함께하려 하지 않는데 다른 개체야……
있는 그대로의 자연, 그 아름다움, 그 안에서의 기쁨.
우리가 나우시카에게 배워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독성을 가진 포자를 보고도 행복해하는 나우시카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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