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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의 '예수는 없다'

Athos 2004. 9. 4. 00:00
제목 : 예수는 없다.
지은이 : 오강남
출판사 : 현암사
출판일 : 2001년 5월 30일




최근 무신론을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고 있는 나에게 “예수는 없다.”라는 제목은 무신론을 담고 있는 서적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였다.
왜 “신은 없다.”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까……

하지만 한편의 기대(?)를 저버렸다 하여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충분히 공감할 만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국 기독교 인들이라면 모두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1. 기독교인이 되는 것만이 구원을 주는 것은 아니다.
2. 교리는 변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변해야 하는 것이다.
3. 성서는 역사와 다른 내용을 많이 담고 있고, 역사에 없는 허구까지도 담고 있다.
4. 불교와 기독교(그리고 유교 등 보편 종교)는 같은 말을 하려 한다.
5. 기독교 인의 사명은 (제국주의적인) 이교도를 기독교 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6. 예수는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파하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이는 제국주의의 한 요소일 수 있다.)
7. 각 종교는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를 가진다.
8. 따라서 종교의 통합도 융화도 답이 아니다.
9. 종교의 공존 만이 답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이(핵심적인 내용도 순차적으로 정리된 내용도 아닌 지금 떠오르는 내용을 적어본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보편적이고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는 있지만 신의 범주를 침범하는 것이 성스럽지 못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생각하기를 꺼려하거나 입 밖에 내기를 두려워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은가?
어떻게 타종교를 알지도 못하면서 “그 안에는 구원도 없고 진리도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가?
하물며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기독교에 구원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A출판사의 수학교과서를 자기 임의대로 포장하여 그 포장지만 보았으면서, B출판사의 수학교과서 내에는 제대로 된 수학이 없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인도가 영국을 식민 통치하고, 중국과 한국, 일본이 제국주의의 깃발을 내세워 각국을 침공하였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기독교가 이렇게 큰 세력을 떨칠 수나 있었을까?
인공위성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십자가 아닌 석탑이 되었을 것이고, 크리스마스보다 석가탄신일이 세계인의 축제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기독교의 교리가 이처럼 악독하고 제국주의적이며 인종/남녀 차별적이고 편협하여 졌을까?
그리고 그런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세계인의 종교가 될 수 있었을까?
한국 교회의 전근대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시각은 이 종교를 퍼트린 서양에서는 오히려 찾아보기 힘든 것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정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다수론 조차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다수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기독교 교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러한 시각도 종교인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을 뿐, 무교인이나 무신론자에까지는 접근하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단에서 극단으로 이동하려 하면 분명히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기에,
하느님을 믿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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