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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도서관을 향하는 길에 캠퍼스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을 보았다.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 너무나 자연스러운 두 사람을 나는 '놀란 듯이' 한번 더 쳐다보았다. 운전을 하며 스쳐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성소수자 운동을 경험하며 친구로, 동료로 많은 이들을 만나 보았지만, 그 아름다운 친구들이 손을 잡고 캠퍼스를 걸어가는 것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놀랐었나 보다...."며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를 하면서도, 혹시나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편견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와는 다른, 우리와는 다른, 쉽게 볼 수 없었던, 그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놀라워 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살아왔던 세상의 닫혀있는 사고와, 그 안에서 내가 익히게 된 '자연스러움'의 한계가 다른이들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 온 것은 아닐까?
패닉의 '왼손잡이'라는 노래가 성소수자들의 이야기에서 나왔다는 이적의 발언이 전파를 탔을 때, 세상은 더 이상 (크게) 놀라지 않았고, 이적도 (무자비한) 비난을 듣지는 않았다. 이미 공중파 방송에서 그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만난 그 아름다운 연인은 나에게 또 다른 생각을 심어준다. 연민의 대상에서 공감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들을 안타까워 하는 데에서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와는 다른 그들을 보는데 있어, 아직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 보듯이'가 아닌, '정상인이 비정상인을 보듯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직업병처럼 원인과 결과, 대책과 해결책을 찾는 나는, 그들의 개인적인 삶의 영역 조차 공감의 방향으로 접근하기 보다 분석의 대상으로 삼으며 그들을 대상화 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사회 속에서 성소수자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사회쟁점이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기에, 어떻게 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그들의 개인적인 삶과 행동을 대상화하고 이질화하려는 노력(?)은 지양 해야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들을 보며 놀라움 보다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왼손잡이를 위한 책상에 앉아 느껴지는 약간의 어색함에도 놀라거나 불평을 늘어 놓지 않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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