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OSU와 Wisconsin 의 풋볼 경기가 있었다. 작년 전승을 하고도 팀 내 윤리적인 문제로 챔피언십경기에 나가지 못한 돌아온챔피언(Buckeyes)과 그 팀이 없는 사이 챔피언십을 우승한 디팬딩챔피언(Badgers)간의 경기라 긴장감이 가득했다.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며 가슴뛰었고..... 이겨서 역시나 좋았다.


비슷한 시기 연세대와 고려대 간의 정기전(이하 연고전)이 있었다. 비겼다는데..... 응원 영상을 보니 또 가슴이 뛴다. 재미있는건 두 축제를 대하는 내부인과 외부인의 시선이다. 아니 사실 내부인과 외부인이라는 정의 자체에 차이가 있다.


Buckeye는 오하이오에 사는 모든 이들이다. 사실 Buckeye라는 말 자체가 오하이오에 사는 사람을 뜻하는 데에서 출발하여 주립대학의 nickname과 mascot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OSU athletic인 buckeyes는 콜럼버스시를 넘어 ohio인들에게 "우리팀"이라는 느낌이다. 오하이오 출신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팬을 자청하며 OSU 풋볼경기를 관람한 것이 그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반면 연고전에서의 내부인은 연고대와 관련되어있는 사람 뿐이다. 서울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연고전과 관련이 없다. 학생, 교직원, 동문들의 축제이다.


Buckeye의 풋볼 경기가 있는 날, 학교는 더이상 학교가 아니라 스포츠팀의 홈구장이 된다. 주차장도 관중용으로 변하고 연구실에 가고 싶어도 길을 막아 놓아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학교 외부의 길도 빈번히 막아 버스 노선이 바뀌고, 집에 갈 모든 길을 막아놓아 집을 잃고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마져도 생겨난다. 이에 대해 경기에 관심없는 이들의 불만이 전혀없는가 라고 말한다면 그건 또 아니겠지만, 그 불만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어보인다.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대부분 그 상황을 즐긴다. 대부분의 바에서는 Buckeyes의 경기를 보여주고 함께 응원한다. 조금 과장하면 매 주 토요일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서울의 모습이다.


연고전이 있는 날 연대 앞 신촌은 시장판으로 변한다. 연대가 공식적으로 길을 점거하여 버스 노선이 바뀌는 것은 물론(아직도 하나?), 주점이나 식당까지 연고대 학생들이 점거하여 "그동안 팔아줬으니 음식과 술을 달라"는 요구를 하는 전통이 이어진다. 공공재를 넘어서 사유재까지 연대생들이 놀이마당이 된다. "단골식당과 주고받는 관계속에서 커져가는 신뢰"라하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절대 곱지만은 않고,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아니 떠오른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런 시각의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선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연고대는 과연 이 축제를 열려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여 노력을 했는가?"이다. 적어도 신촌에 사는 이들, 서대문구에 사는 시민들을 축제의 주체로 만들려는 노력을 했는가? 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배타성을 뛰고 있는 축제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그 배타적인 축제가 외부인들에게 피해를 주게되는 부분을 적절하게 보상해 주었는가? "즐기고 싶으면 너희도 연대 오던가!"라는 말에 담겨있는 특권의식은 어리석은 2등(!!!)주의로 보일 수 있음을 생각해 보았을까?


과거와 같이 연고제에 운동권적이고 정치적인 요소를 가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고제가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축제라면, 우리의 그 축제를 더 많은 이들과 즐기는 것이 더 아름답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아니 우리들만의 축제이기에 함께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즐기는 것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줄 수 있도록 만들어갈 필요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 특권의식을 거두고 사회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좀 더 아름답고 즐거운 축제를 사회에 내어놓을 수 있다면, 우리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준 사회에 대하 감사의 표시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연고제의 흥분을 모든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구조적으로 Buckeyes만큼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따뜻한 시선을 받아올 수는 있지 않을까? 최고 인기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이 연고제의 축제를 함께 즐기며 시선을 모아주는 것 처럼, 우리도 그들에게 즐거움을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재수없고 녀석들의 시끄러운 지들만의 축제"가 "현명한 친구들이 마련한 아름다운 우리들의 축제"가 되도록 하는데 필요한건 내부인들의 반성과 노력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