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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예전만큼 글을 자주 써내지 않는 내 모습에 조금 의아해 하며, 블로그를 다시 한번 훑어 보았다. 예전에는 참이나 생각이 많았고, 그 생각은 거침없이 적어냈었 던 듯 하다. 지금의 머릿속 생각을 꺼내놓기 보다는 순간적/단편적으로 드는 짧은 문구만을 늘어놓거나,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던져놓는 것에 더 힘을쓰고(?) 있는 듯 하다. 나의 사고는 어디로 간 것일까를 고민해 보다보니 "논문"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꽤나 애를 쓰고 있다. 논문 하나, 아니 두개 써 보겠다고 꽤나 애를 썼다. 물론 누가 보면 웃을 이야기겠지만, 내 사고를 거기에 "꽤나" 많이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세상을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써내던 힘은 대부분 논문에다 쏟아부어내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그 조차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엉금엉금 기어가고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수레를 끓어가는 냥 하고 있지만, 여하튼 내 사고의 시간은 대부분 논문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에 쏠려 있는 듯 하다.
이제 내 질문은 자연스레 "그렇다면 나는 왜 논문을 쓰고 있는가"로 이어진다.
취업전선을 뒤로하고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어떻게 그 길을 선택하게 되었냐는 친구들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가, "내가 하고싶은 것/할 수 있는 것/해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이 한 개인으로서의 인생을 의미있게 살아가는데 있어, 저 세가지를 알아가는 것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의미에서 나에게 있어 경제학 공부가 저 세가지 모두에 해당했기 때문에 행복한 마음으로 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 내 이야기의 결론이었다. (물론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사오나......)
한 때는 하고싶은 공부와 해야하는 공부의 경계에서 고민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하고싶은 공부와 해야하는 공부의 경계를 잘 구분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했었다. 하고싶은 것은 순수하게 그대로 하여 자기만족을 하고, 해야하는 공부는 또 그대로 "따로"해서 나름대로의 내 의무를 다해야 겠다고 나름의 타협(?)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글을 왜 안 쓰는가"에서 이어진 "나는 왜 논문을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며 자연스래 하고싶은 공부와 해야하는 공부가 시나브로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사회과학을 하다보니 평소에 고민을 하고 있던 고민이 research question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해서 인가 보다 싶기도 하고..... 여하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몇가지 걱정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데..... 그 걱정은 결국 내 연구의 독립성과 순수성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 그것을 순수(?)하게, 힘이 닿는 데 까지, 해 보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는데, 사회적 의무감이나 규범 속에 내 연구 마져도 가두어 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물론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이 순수과학이 아니기에 그 순수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좀 우습기도 하고, 어차피 나처럼 고집스러운 사고방식을 가진 이가 순한 양이 되어 굽신굽신 예쁘장한 보시기 좋은 학문을 하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내 철학의 불완전성을 보았을 때에, 가슴으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때문에....이제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머리와 마음을 갈고 닦고, "내가 하고싶은 것/할 수 있는 것/해야하는 것"을 자주 자주 돌아보아야겠다.....싶으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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