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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EO 대통령과 경제개발 공주님

2007년 한국은 CEO 대통령을 선택했다. 경제발전의 영광을 다시 이루어 내주길 바라며 한 그 선택으로 혜택을 받은 대중은 많지 않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다. 땅을 파고 물길을 돌려도 돈이 나오지 않았고, 먹을 물이 녹색으로 변해가는걸 보며 배고품에 목마름까지 더해졌다. 


2012년의 한국은 경제개발 공주님을 즉위시킨다. (공주님이 즉위하면 여왕이 되어야 했지만..... 여전히 공주님이었던거였지.....) 과정이 어찌되었든 경제개발 공주님을 보며 지지자들은 경제개발의 기적을 기대했을 것이다. 고진감래. 언론이 장악 당하고 역사상 최악의 사고가 나고 취직은 더 힘들어지고 은퇴는 더 고통스러워 졌지만 대중은 참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아니 익숙해 지는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해외에 나가 피땀흘리며 일했던 많은 사람들 덕에 하늘 무서운지 모르고 올라갔던 건물 하나하나에 대한 향수는, "빌딩 숲을 만들어준 그분"의 딸의 손에 나라를 맡기면 열매 가득 나무 숲을 돌려줄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졌다. 이 척박한 시기를 조금만 버티면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비리를 저지르고 사고수습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국가를 맡겼지만, 그래도 열매를 나눠줄 날이 있을것이라는 기대. 그 기대는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이미 오랜시간 참으며 견뎌 왔던 이들은 믿음을 버리기가 무서웠다. 나라 말아 먹어도 1번. 1번이 언젠간 날 구해주리라 믿고 싶었을 것이다.



2. 공동의 적이 나타났다. 왜 분노하는가?

대중은 힘들었다. 스스로를 희망고문 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고 싶었다. 왜 이렇기 힘든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답을 찾고 싶었지만, 여간 풀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힘을 나누어주면 경제발전, 경제개발을 이루어낼 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에 대한 믿음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닌지 고민도 해 보았지만, 대안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더구나 그들이 뭘 잘못했는지도 딱 꼬집어 말하기도 힘들었다. "비리"나 "사고" 따위(?)는 우리가 기꺼이 참고자 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딱 어느 정도까지 참아보자는 기준을 마련해 두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섣불리 누구 탓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려면 내탓?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타났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누군가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그 사람을 위해 표를 던진 사람도 없었고, 그 사람이 비리를 저지른다고 해도 어느정도는 눈감아 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없었다. 기대를 준 적이 없는 누군가의 이름을 보며, "저 사람을 위해 우리가 이토록 참고 견뎠던 것인가?"라는 질문이 많은 이들의 머리를 때리고 가슴을 후벼팠다.


"난 너 배불리라고 한 적 없다."

"난 너에게 우리를 부려먹으로 한 적 없다."

"그래, 너 때문이구나....."


취직이 안되어서, 사회생활이 힘들어서,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가계 살림이 어려워서, 사회/문화적 압박이 목을 졸라와서 더이상은 견디기 어려웠던 많은 대중에게 공동의 적이 나타났다. 누구도 그의 편이 아니었었기에, 누구도 그에게 표를 던졌던 적도 기대를 걸었던 적도 없었기에, 아주 빠른 시간안에 그는 공동의 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대중 분노의 희생양인가? 억울해야 마땅한 사람인가?



3. 분노는 정당하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

희생양...... 그런 고귀한 단어로 그를 감싸줄 필요는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상황이 정리가 되었을 때, 또 다시 이런 분노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왜 그에게 분노해야 하는가?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고통스러 하고 있다. 때로는 비슷한 이유로, 때로는 서로 다른 이유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가 그 고통의 삶을 받아들이고자 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실수였든 오해였든 우리는 고통의 삶을 안겨준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의 표를 던졌었다. CEO 대통령과 경제개발 공주님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크고작은 공직에 올라가있는 사람들에게 던진 우리의 지지표, 많이 이들의 월급을 주면서 주인인양 행동하는 이들에게 바쳤던 충성, 말도 안되는 소식을 전해주며 우리를 현혹시켰던 글쟁이들을 위해 올려줬던 조회수. 이 모든것은 안타깝고 씁쓸하긴 하지만 우리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어느 누구도 무언가를 가져다 주고자 하지 않았었다. 티끌 하나도 바칠 맘을 가졌던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국민 대표를 뽑고, CEO에게 회사를 맡기고, 글쟁이/말쟁이들에게 주파수와 전광판을 내어주는 이유는 우리가 그런 일을 스스로 해내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문제이거나 우리 가족의 문제라면 일일이 다 신경을 쓰며 살 수도 있었겠지만, 이 나라, "우리 나라" 살림을 하는데 모든 개인이 하나하나 다 신경쓸 수는 없는일이 아닌가? 그래서 조금은 못미더워도, 비리를 저리를 것 같아도, 어느 정도는 참아주겠다며 그 힘을 내어주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힘을 준 적이 없는 이가 이 나라를 운영하고 있었다니...... 이건 아니지 않은가? 비선실세의 뜻은 어려울게 없다. 힘을 갖지 말아야 할 사람이 힘을 쓰고 있다면 그 사람이 비선실세인 것이다. 


분노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어리석은 선택을 해왔더라도, 씁씁한 기대를 해왔더라도, 우리가 힘을 내어준 적이 없는자가 우리 힘을 자기 맘대로 쓰고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걸 참고자 한 이는 아무도 없으니, 우리의 분노는 정당하다. 분노의 표출 역시 우리의 권리이다.



4. 또 누구 없나? 잊지 말아야 할 그 사람들이 있다.

자 이제 한 명 찾아냈다. 또 한명이 엮여있다. 또 한명. 또 한명. 우리가 힘을 나누어 주지 않았던 이들이 하나하나 걸려 나오고 있다. 부당 권력을 휘두른 자들. 참아줄 수 없는 권력을 휘두른 자들이 하나하나 나타나고 있다. 그들에 대한 분노는 아무리 표출 해도 과할 것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힘을 나누어 주었던 그들, 그들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들을 우리가 합법적으로 나누어 주었던 권력을 불법적으로 남에게 넘겨주었다. 헌법으로 보장된 우리의 힘을 그 어디에도 없는 저질스러운 기준에 따라 지인과 지인의 지인, 지인의 지인의 애인에게 까지 나누어주었다.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도 몰랐다고 하면서...... 힘들 때 도와준 이에게 의지한 어린양의 모습을 하면서......


그렇게 어리석어 서로의 이름을 기억도 못하고 불법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그렇게 나약하여 지인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면, 애초에 자격이 없었던 것이다. 그 자격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몰라본 우리도 반성을 해야겠지만, 이제는 그들의 자격이 얼마나 모자란 지 알았으니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야 마땅하다. 민주주의는, 그리고 대중은 때로는 실수를 하고 때로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만, 절대적인 권력자의 힘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자정 해 나갈 수 있기에 항상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어리석고 자격없는 이들이 지금도 우리의 힘을 빌리고 있음에 분노하고 또 분노해야한다.


5. 단두대와 마리 앙뚜아네뜨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고 했던 왕비님은 단두대에 처형을 당했단다. 신이 준 권력을 가진 이도 대중의 힘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의 힘을 빌려간 이들을 무릎 꿇게 할 수 없단 말인가? 단두대를 쓰자는 말은 아니다..... 일단 그냥 우리가 준 권력을 내려놓으라는 거다. 그런 다음 법으로 심판받아보자는거다. 단두대 같은 거칠고 빠르게 끝나는 무기 말고, 우리에게 힘을 부여해준 우리나라 법으로.


그때까지, 분노하자. 아무리 분노 해도 과할 것이 없다. 분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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