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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한국 놈이 일본차를 타냐?"
유학 시절 일본 브랜드의 차를 산 나에게 친구가 한 말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었다. 나는 평소에 진보 성향의 발언을 많이 하며 성향을 기꺼이 드러내 오기도 했었고, 양심적이거나 고민이 깊지 않은 행동을 하는 제 3자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해 왔었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왜 깊은 고민이 없느냐는, 또는 고민이 있으면 왜 행동은 그에 맞게 하지 않느냐는 비판은 정당했다.
물론 나는 변명을 했다. 간단히 말하면 "나 개인에게는 일본과 싸우는 것 보다 자본과 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후, 내 차가 일본 브랜드라는 것을 인식 할 때 마다 그 친구의 비판이 떠올랐다.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일본 차를 산 행위에 대한 반성이라기 보다는, 한일관계나 친일청산에 대해 큰 고민이 없었던 것에 대한 반성.....
한국에 들어와서도 곧바로 차를 샀다. 생활 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돈을 빌려 중고차를 한 대. 큰 고민 없이 국산 차를 구매했다. 그러고 어느날 문득.....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현기차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국내 판매용 승용차의 품질을 너무 떨어트렸다." "더이상 현기차 구매가 애국이 아닐수도있다." 전형적인 자본의 횡포. 대기업의 횡포. 시장 실패. 하지만 소비자로서의 나는 여전히 별 고민이 없었다. "자본"과 싸우는게 더 중요하다더니.....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핑계만 잔뜩 늘어놓는..... 비겁한 지식인의 전형인가?
물론 "구매"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살 게 없잖아...."라는 투정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 있고, 그 만큼 정당한 투정이다. 다만 내 스스로에게 "고민"이 없었다는 것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고민이 불편하다고 멀리하는 것이 비겁하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자기 반성이란거 참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어렵고 불편하다. 그런 만큼 자기 반성에 충실하지 않으면..... 남에게만 불편함을 주는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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