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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촛불 집회와 나 까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아직도 그 글은 내 블로그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물론 이 글을 쓰면서 바뀌겠지만......)

그 글을 읽은 이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닥치고 나오라"는 친구도 있었고, "멋지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의 반응은 "부끄럽지도 않나?"였으리라 생각한다.
"많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떤" 이들은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그들에게 변명 아닌 변명의 글을 보낸다.
자기 비판적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정당화 할 필요가 없다. 자기 방어가 아닌 자기 공격을 굳이 정당화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런 글을 쓰는 "의도"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1. 나는 욕 먹기를 바란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나 역시도 사람이기에 변증법은 나의 불완전성을 증명해준다.
이런 나는 나 자신을 계속해서 돌아보고자 한다. 잘못하고 있는 부분,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성찰하려 한다.
하지만 그러한 성찰이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내 행동에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자기 성찰만으로 그 변화를 이끌어 낼 능력이 있는가?
"부족하다"가 정답일 것이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반성해보았다. "주님"이라는 대상을 가까이 했을 때에는 같은 기도를 수십번도 더 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활은, 나의 행동은 변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의지의 부족인지 반성의 진실성 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공개적인 반성은 이런 나에게 좀 더 가혹한 매질과 같은 것이다.
자기반성만이 필요했다면 일기장에 글을 쓸 것이다. 내가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공개적인 반성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찰의 자세에 있어서, 다른 이들에게 쓴 소리 듣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은 그 자체게 변화를 두려워 하는 것, 변화에 소극적인 것과 다름이 없음이니......

1. 나의 자기 반성이 너의 자기 반성이 되길......
이 사회의 사람들은 자기 반성 보다는 남에 대한 비판에 더 익숙한 것 같다.
이 사회의 사람들은 자기 반성 보다는 자기 정당화에 더 익숙한 것 같다.

다른 사람 비판하기에 힘을 쓰는 것, 동시에 나를 정당화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어리석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발전없는 사람이 되는 디딤돌이 아닌가 한다.

난 그 부분이 역겹다. 나 자신도 역겹고 사회도 역겹다.
좀 더 자기 반성에 익숙한 사회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때문에 나부터 그러한 글쓰기에 익숙해 지려 한다. 남을 비판하거나 나를 정당화 하는데 힘을 쏟기 이전에 먼저 나를 비판하는 자세를 취하려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발전의 가능성을 나와 사회에 던져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타자화와 비난에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돌아봄과 성찰, 감정 이입과 역지사지를 통한 진정한 비판의 지점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걸음을 함께하고 싶다.
작은 힘이나마......미약한 움직임이나마......

뭐든지 모이면 커지는 법이니까......후훗......

1.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끄러우려 한다.
치부를 드러난 다는 것은 지금 당장의 부끄러움 일 수 있다. 나름 단호하고 생각 있는 척 글을 쓰긴 했지만, 나 역시 "자기 반성"이랍시고 써 놓은 글을 보면서 "아 부끄럽다..."라는 생각을 하거나, 글을 써 놓고 "올리지 말까..."라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전자는 글쓰기에서 의도한 바와 같은 반응이다.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후자를 이겨내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미래"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는 것이다.

어디에 내세워도 빠지지 않을 만큼의 냉소적인 시각을 소유하고 있었던 과거의 나 역시 "남을 비판하기"위한 글쓰기를 즐겨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훗날 그런 글을 다시 찾아 보고 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빈 머리와 작은 가슴으로 끊임없이 끄적여 놓은 잘난체와 낯 부끄러운 자기 정당화는 글을 당장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져다 준다.

편협한 시각의 비판적 글쓰기는 이처럼 미래의 나에게 부끄러움을 가져다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미래에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좀 더 노력하는 자세를 취하기 위해, 좀 더 변화하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좀 더 떳떳한 미래를 가져다 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현재의 부끄러움을 감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비판을 환영한다. 내 반성을 성의 있게 들어주고 좀 더 나은 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싫은 소리"를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한 비판의 소리를 하나라도 놓지고 싶지 않기에, "그러한" 글쓰기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라는 식의 단순한 읆조림은 정중히 거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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