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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전기간이다. 학교가 어수선하다.



작년부터 연고전을 안 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싫다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강요. 

분위기. 위계질서. 집단적 행동 양식.


연고전. 

두 학교가 만나 신나게 즐기는 것 까지는 좋다.

나도 열심히 놀아 봐서 그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는 안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움은 되지 못 할망정.......



집단주의. 

얼마 전 학생 복지처에서 mail이 왔다.



“연세인은 연세 공동체를 떠나 존립할 수 없습니다. 하나가 모여 여럿을 만들어내는 공동체 정신의 구현이 진정한 연세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연세는 여러분 삶의 터전이자 사랑의 대상입니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구나......

무슨 깡패집단도 아니고 말이야......



“공동체”라는 단어. 악용하면 정말 배타적이고 저렇게 유치해 질 수 밖에 없다.

작은 집단, 소공동체, 그 안에서의 연대감. 분명히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타적인 공간이 되어 “다른”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속하지 않”거나 “소속을 바꾸려는” 사람을 “부정()”한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한 없이 쓸쓸하고 유치한 집단이 되는 것 같다.



물론, (구역질나는 사실이지만), 연세대와 같이 집단의 권력이 어느 정도 강력하다면, 그 배타성이 이기적인 이득을 취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리하여 얻은 이득이 누구의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 그 지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을 특히나 이런 집단성을 강조한다고 한다. 개인에 대한, “자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고,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그 집단의 성격이 자기의 성격인 냥, 그 집단의 지향이 자신의 지향인 냥 위장한다.

혈액형이 그러하고, 학벌이 그러하고, 지역, 혈연, 계층, 남녀, 종교 등.......

자신을 정의하고, 독특한 나를 발견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창의성”을 강조하는 최근의 (말뿐인) 교육 지향이 또 다른 “집단의 정체성 부여”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결국엔 비슷한 “창의성”을 교육받고 “수동적인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소집단, 작은 공동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사회의 구성단위가 (경제, 정치, 문화, 종교 모든 부문에 있어서) “국가”와 같은 대 규모가 아니라, “마을”과 같은 작은 규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그 중요성은 다른 누구에게보다 커 보인다.

하지만 어떤 공동체가 타 공동체와의 배타성을 강조하고, 그것만이 살길이란 식으로 이기적인 지향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소공동체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화합이 중요한 만큼, 공동체끼리의 화합도 경중을 따질 것 없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타 공동체에 배타적인 단체의 구성원들이 그 공동체 내에서는 이타적이고, 나보다는 “우리”를 더 생각한다는 상상을 쉽게 하기는 힘들다.



“축제”가 부족한 우리나라, 감정의 표출을 자제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우리나라에 “연고전”과 같은 “축제”가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리거나, “전체”의 감정을 표출할 뿐, “개인”의 감정이나 “자아”를 드러내는 장이 되지 못한다면, 그 집단에 있어서도 “표출”보다는 “강요”가 될 수밖에 없으며, 외부적으로는 더 없이 배타적인 유희의 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개인이 모여 전체가 될 수 있고, 작은 축제가 모여 큰 축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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